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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의 정교분리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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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정
기사입력 2020-02-08

 

▲     ©리폼드뉴스

  

9. 불의한 통치자에게도 공경하라

 

칼빈은 “집권자들에 대해 국민이 해야 할 첫째 의무는 그들의 지위를 가장 존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한다(J. Calvin, Inst, IV. 20. 22). 집권자들의 지위는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보내신 하나님 때문에라도 그들을 인정해 주고 그들을 하나님의 사자와 대표자로서 존경해야 한다”고 했다(J. Calvin, Inst, IV. 20. 22). 세상은 집권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순종할 만한 집권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사회복지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집권자들을 일종의 필요악으로만 인정한다.

 

국민이 집권자에게 복종할 대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복종을 나타내는 것이다. 통치자들의 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물론 악행이 가득하고 악한 행실을 위선적인 위엄으로 덮거나 악을 덕이라고 칭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자의 지위 자체는 영예와 존경을 받을만한 것이다. 그래서 칼빈은 집권자들을 높이며 그들의 지위를 존경하기 때문에 그들도 공경해야 한다고 했다(J. Calvin, Inst, IV. 20. 22).

 

칼빈은 “통치자들을 충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그들에 대하여 복종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순종하거나 세금을 내거나 공직과 방위 임무를 맡거나 그 밖의 명령을 이행함으로 복종심을 실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고 했다(J. Calvin, Inst, IV. 20. 23). 따라서 집권자에게 항거하는 것은 동시에 하나님께 항거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무장하지 않은 집권자를 모욕하고도 벌을 받지 않을 수 있을 듯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때에도 자신에 대한 이 모욕을 벌하실 준비를 갖추고 계신다(J. Calvin, Inst, IV. 20. 23).

 

그뿐 아니라 사사로운 시민이 공중 앞에서 지켜야 하는 자제심도 일종의 복종으로 인정한다. 개인으로서의 시민은 자기를 억제하여 공적인 일에 일부러 간섭하거나 공연히 집권자의 직무를 범하거나 정치적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소동을 일으키거나 자기가 손을 댈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집권자에게 맡겨야 한다.

 

칼빈은 더 나아가 불의한 집권자에게도 복종하라고 한다(J. Calvin, Inst, IV. 20. 24). 칼빈은 집권자를 국부, 국민의 목자, 평화의 수호자, 의의 보호자, 무죄한 사람을 위한 복수자로 부른다(J. Calvin, Inst, IV. 20. 24). 그래서 이런 정부를 시인하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라고 인정한다. 칼빈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일부 군주들은 유의해야 할 일을 등한히 하고 자기의 쾌락만 추구했다고 한다. 또 일부 군주들은 자기 일에 열중하여 법과 특권, 재판과 청탁편지를 경배에 부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일반 국민의 돈을 빼내서 낭비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순전히 강도질을 하고 집을 털고 부녀자를 강간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런 집권자들에게 복종하라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성경은 지배자의 존귀와 권위를 가르치지만 그들은 이런 사람을 지배자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은 타고난 감정에 의해 합법적이고 정의를 행하는 왕은 공경한 것 같이 반대로 폭군들을 미워하고 저주했다(J. Calvin, Inst, IV. 20. 24).

 

10. 악한 지배자

 

칼빈은 더 나아가 “악한 지배자는 하나님의 심판의 대행자”라고 했다(J. Calvin, Inst, IV. 20. 25). 그러면서 칼빈은 공정하고 충실하게 임무를 다하는 집권자에게 복종할 뿐 아니라 어떤 수단으로든지 권력을 잡은 자들이 비록 군주로서 조금도 그 직책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집권자가 선하든 악하든 모두 하나님의 권위에 의해 그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칼빈은 “하나님께서는 공공의 유익을 위해서 통치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인애의 진정한 표본의 증거가 되고 불의하고 무능한 지배자들은 국민의 사악을 벌하기 위해 세우셨고 지배자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하나님께서 합법적인 권력에 주신 거룩한 위엄을 부여받았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J. Calvin, Inst, IV. 20. 25). 즉 하나님께서 선하고 정의로운 집권자를 세우시는 것은 그 나라 백성을 복주시기 위함이다. 그러나 집권자가 불의하고 무능한 것은 그 백성을 벌하기 위해 세우신 것이다.

 

그러면서 칼빈은 악한 왕은 하나님께서 땅 위에 내리시는 진노라는 것을 증명하는 구절들을 열거한다. 욥 34:30; 호 13:11; 사 3:4; 10:5; 신 28:29가 그것이다(J. Calvin, Inst, IV. 20. 25). 그래서 아무 영예도 받을 가치가 없는 심히 악한 인간이라도 만약 공적 권력을 잡고 있다면 그에게도 하나님께서 그 말씀으로 그의 공의와 심판의 사자에게 주신 고귀하고 거룩한 권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 복종에 대하여 가장 훌륭한 왕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에게 드릴 그 공경과 존경을 악한 지배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드려야 한다.

 

또 칼빈은 “하나님은 뜻밖의 사람들을 통해 개입하시는 때가 있다”고 했다(J. Calvin, Inst, IV. 20. 30). 하나님은 공공연한 복수자를 일으켜 악한 정부를 처벌하고 부당한 압박을 받는 그의 백성을 참혹한 불행에서 구출하라는 명령을 내리신다. 칼빈은 예를 들어 제시한다. “모세를 시켜 이스라엘 백성을 바로의 압제에서 구출하셨고(출 3:7-10), 옷니엘을 통해 수리아 왕 구산의 폭력에서 구출하셨고(삿 3:9), 다른 왕들이나 사사를 통해 그 밖의 압제에서 구출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두로의 교만을 애굽 사람을 통해 누르시고 애굽 사람들의 거만을 앗수르 사람을 시켜 꺾으셨다. 앗수르 사람들의 흉포는 갈대아 사람들로, 바벨론의 오만은 메대 사람과 바사 사람들로 꺾으셨다. 유다와 이스라엘의 왕들의 배은망덕과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에 대한 그들의 불경하고 완고한 태도는 앗수르 사람들과 혹 바벨론 사람들을 시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분쇄하고 처벌하셨다.”(J. Calvin, Inst, IV. 20. 30)

 

집권자들은 국민의 자유를 보호할 헌법상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J. Calvin, Inst, IV. 20. 31). 그래서 집권자들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압제해서는 안된다. 폭력이나 법으로 국민을 억압하고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집권자의 직무를 주신 것에 대해 합당한 태도가 아니다. 언제나 집권자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의해 그 자리에 서 있음을 기억해야 하고 정의와 공의를 수행해야 한다. 내 편에 서면 공의이고 정의가 아니다. 반대편에 서면 불의이고 불법이 아니다. 하나님 편에 서면 공의이고 정의가 되는 것이다. 집권자들은 이를 망각한다. 그래서 자기가 신이 되고 자기가 법, 기준 자체가 되려 한다. 집권자들은 언제나 국민의 자유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보호해 주는 것이 집권자의 책임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집권자는 이 일에 힘써야 한다.

 

결론

 

칼빈은 「기독교강요」 4권을 통해서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설명해주었다. 국가는 교회를 억압하고 핍박하고 협박하여 자기의 말을 잘 듣게 해서는 안된다. 이는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국가는 교회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하고, 이단과 사이비로부터 교회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외세와 핍박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고 신앙의 자유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한 국가에 속한 국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등등과 같은 것을 잘 이행하고 국가와 집권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하나님을 저버리고 교회를 말살하고자 할 때는 철저하게 항거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자유를 억압하고, 박해한다면 교회는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칼빈주의 개혁신학의 국가관이다. 오늘날 우리가 정교분리를 말할 때 이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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